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점심을 먹고 나면 학교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나의 일과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계절에 따라, 그날의 내 마음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날도 평소처럼 걷고 있었는데, 우연히 얽혀 있는 가지 사이로 작은 새 둥지 하나를 발견했다. 내 주먹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 크기였다.그 둥지를 본 순간, 문득 지난가을 이 길을 걷던 기억이 떠올랐다. 쥐똥나무 대열이 이어진 오솔길 옆에서, 작은 새들이 내 발밑을 종종거리며 우짖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땐 그저 귀엽고 경쾌한 풍경이라고만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이 왜 그토록 부산하게 움직였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들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낯선 내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도록, 시선을 끌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
귀촌
2025. 9. 4.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