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
부모의 마음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점심을 먹고 나면 학교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나의 일과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계절에 따라, 그날의 내 마음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날도 평소처럼 걷고 있었는데, 우연히 얽혀 있는 가지 사이로 작은 새 둥지 하나를 발견했다. 내 주먹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 크기였다.

그 둥지를 본 순간, 문득 지난가을 이 길을 걷던 기억이 떠올랐다. 쥐똥나무 대열이 이어진 오솔길 옆에서, 작은 새들이 내 발밑을 종종거리며 우짖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땐 그저 귀엽고 경쾌한 풍경이라고만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이 왜 그토록 부산하게 움직였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들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낯선 내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도록, 시선을 끌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자신보다도 훨씬 큰 생명체 앞에서도 두려움을 뒤로하고 날개를 퍼덕이며 새끼를 지키려 했던 그 모습은, 작지만 가장 강한 생명의 본능이었다. 그리고 그 본능은 다름 아닌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새든 사람이든,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그것은 본능이자, 사랑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 작은 둥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이제는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고, 둥지 역시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한 생이 깃들었고, 또 다른 생을 지키기 위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둥지에서 나는 부모의 마음을 본다.

『논어』 <위정> 편에 공자는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걱정하느니라(父母唯其疾之憂)”라고 말한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부모의 전부가 담겨 있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도 함께 아프고, 차라리 자신이 대신 아프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다. 그런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게다.

그렇기에 최고의 효도란,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다.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도록, 병들지 않도록, 무탈히 살아가는 것. 어릴 땐 몰랐던 그 당부가 나이 들수록 가슴에 깊게 새겨진다. 잔소리라 생각했던 “건강 챙겨라”는 말이, 사실은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주라”는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새 둥지를 보고, 그 위에서 살아갔던 작은 생명들을 떠올리며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지금 부모님께 걱정 끼치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가.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는 그들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겨울 한낮,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둥지 하나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단순한 자연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았던 부모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