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건
민자건

부모의 자식 자랑과 민자건의 효도 이야기

–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부모 마음과 자식의 도리–


1. 부모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사고를 치고 못난 행동을 해도 끝내 사랑과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존재입니다. 집에서는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며 잔소리를 쏟아내다가도, 밖에 나가면 자식 자랑이 줄줄이 흘러나옵니다.
“우리 애는 착하고 똑똑해요.”
“남의 집 애 같지 않게 성실하지요.”

누군가 자식을 흉보거나 건드리면 부모는 참지 못하고 온갖 좋은 말을 늘어놓습니다. 흔히 ‘콩깍지가 씌었다’는 표현은 연인 사이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 눈에 씌인 콩깍지는 평생 벗겨지지 않는 법이지요.

환갑을 넘긴 자식에게도 여전히 “차 조심해라, 물 조심해라”라는 말을 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여깁니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 보편적인 부모의 심정일 것입니다.


2. 공자의 제자, 민자건의 특별한 자리

공자의 제자 가운데 민자건(閔子騫)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논어』에 네 차례 등장하는데, 그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빛나고 귀한 덕행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들은 흔히 네 부문(덕행, 언어, 정사, 문학)으로 나뉘어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덕행(德行)의 대표로 민자건이 꼽힐 정도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그의 삶과 행실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음을 보여줍니다.

춘추시대 말기, 노나라의 권력자 계강자(季康子)는 민자건을 존경하여 자신의 권력 아래 두고자 했습니다. 중요한 요충지인 비읍(肥邑)의 책임자로 불렀지만, 민자건은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만약 강제로 나를 부른다면 차라리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라고 대답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권력의 유혹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백성을 위한 바른 정치를 고민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강직한 선비였습니다. 그 결과 민자건은 공자뿐 아니라 권력자와 백성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3. 효행의 상징, 가슴 아픈 가정사

그러나 이렇게 당당하고 멋진 민자건에게도 가정적인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계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계모는 친아들 둘을 데리고 시집왔는데, 민자건에게는 차갑고 가혹했습니다.

『설원(說苑)』에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집니다. 혹독한 겨울날, 민자건은 아버지를 태운 수레를 몰다가 손이 곱아 말고삐를 놓쳤습니다. 화가 난 아버지가 아들을 나무라며 손을 잡았는데, 옷감이 푹 꺼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확인해 보니 민자건의 옷은 따뜻한 솜이 아니라 갈대솜이 들어 있었습니다. 얼핏 솜처럼 보이지만 추위를 막을 수 없는 갈대솜 때문에 그는 손이 얼어 말고삐조차 잡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계모는 친아들 둘에게만 솜옷을 지어 주고, 민자건에게는 갈대솜옷을 입힌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크게 분노하여 계모를 내쫓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민자건은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면 아들 하나만 고생하지만, 어머니가 떠나시면 세 아들이 모두 힘들어집니다.”

결국 계모는 용서를 받았고, 그 일로 민자건의 효성 깊은 마음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4. 공자가 칭찬한 효성

『논어』에는 공자가 민자건의 효를 칭송한 말이 있습니다.

“효성스럽구나, 민자건이여. 부모 형제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거나 트집 잡지 못하니!”
(子曰, “孝哉閔子騫!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 <先進>)

보통 부모와 형제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식에 대해 좋은 말만 하려는 법입니다. 그러나 민자건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의 부모와 형제들이 그를 칭찬할 때, 다른 이들이 의심하거나 뒷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그의 효성과 인품이 확실했다는 뜻입니다.

민자건은 단순히 집안에서만 효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성실하고 당당하게 행동했기에 누구도 그의 행실을 흠잡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5.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때로는 부모가 부당한 대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땅에서 생명을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부모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민자건의 삶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계모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원망보다는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을 택했고, 권력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후대가 그를 효행의 상징으로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6. 결론 – 부모 자랑과 자식의 도리

세상 어디서나 부모는 자식이 못나 보여도 남 앞에서는 자랑하고, 위험을 걱정하며, 평생토록 사랑합니다. 그 마음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부모의 본성입니다.

그리고 자식 된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바탕으로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민자건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관계가 점점 느슨해지고 효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시대일수록, 그의 모습은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 또한 부모님을 사랑과 존중으로 섬기는 삶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