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움
오티움

일과 휴식 사이, 진짜 나를 찾는 시간 – 오티움의 지혜


“오늘도 쉼 없이 달리고 있진 않으신가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릿해진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 집에 돌아와서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합니다. 머릿속엔 늘 “이러다 쓰러지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푹 쉬어야 하는데…”라는 또 다른 강박감이 자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몸은 지치고, 마음은 번아웃 상태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단순히 과로만이 아닙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잡지 못한 삶은 결국 우리의 건강과 인간다움을 갉아먹고 맙니다.


1. 일과 휴식, 균형이 필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생산성과 효율을 중시하면서 멀티태스킹에 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정리하는 뇌』에서 “과도한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뇌와 감정에 해롭다”고 경고합니다. 집중력 저하, 기억력 약화, 치매 가능성까지… 겉으론 능력 있어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은 점점 고갈되어 가는 것입니다.

MIT 교수 쉐리 터클도 말합니다. “디지털 멀티태스킹은 우리를 다중 인격체로 만들고 있다.” 2020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약 7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2. 고대 그리스의 지혜, ‘스콜레’에서 배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일보다 휴식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철학자 요제프 피퍼는 그의 저서 『여가: 문화의 기반』에서 “학교(School)의 어원인 ‘스콜레(Schole)’는 원래 여가와 문화의 공간을 뜻했다”고 설명합니다.

즉, 진짜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유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이 지혜를 되찾을 때입니다.


3. 오티움(Otium), 나를 치유하는 진짜 휴식

우리는 ‘휴식’이라 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휴식은 단순한 무위(無爲)가 아니라 자발적 즐거움에서 시작됩니다.

라틴어 ‘오티움(Otium)’은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삶을 채우는 ‘능동적인 휴식’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누워있는 것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 훨씬 더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4. 산책과 추억, 그리고 나무를 깎는 손끝에서 시작된 회복

어느 40대 남성은 퇴직 압박으로 깊은 우울감에 빠졌지만, 병원 치료 대신 산책을 하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난감 총을 깎던 기억, 나무를 만지던 손끝의 감각… 그 감정이 그를 치유했습니다.

이후 그는 주말마다 가구 공방에서 나무를 깎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그에게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그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5. “왜 그런 걸 해요?” vs “좋아서요!”

한 정신과 의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 “왜 마흔 넘어서 발레를 배우세요?”
  • “왜 옷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드세요?”
  • “왜 피곤한데 악기를 배우러 가세요?”
  • “왜 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세요?”
  • “왜 쉬지 않고 유기동물을 돌보세요?”

그리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답했습니다.
“좋아서요.”

이 짧은 한마디 속에 진정한 ‘오티움’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기꺼이 몰입하게 되는 활동.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살리고 치유하는 진짜 휴식입니다.


6. 꽃 한 송이의 여유, 도약을 위한 준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헤르만 헤세는 “일하는 동안 꽃 한 송이를 가까이에 둘 수 있는 사람은 생의 기쁨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딘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상 속 소소한 여유, 한 잔의 차, 좋아하는 음악, 창문을 여는 잠깐의 시간도 충분합니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 역시 “좋은 휴식 뒤에는 도약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 잠시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성장과 회복을 위한 전략입니다.


7. 당신의 오티움은 무엇인가요?

지금 당신의 삶은 얼마나 여유롭나요? 매일의 반복 속에서 잊고 지낸 나만의 ‘오티움’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빛나는지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그 시간이 방해받지 않는 권리
그것이 오늘날 우리 모두가 꼭 회복해야 할 삶의 균형입니다.


8. 추천 도서

  • 문요한 『오티움』 – 휴식이 인생을 바꾼다
  • 다니엘 레비틴 『정리하는 뇌』 – 멀티태스킹의 위험과 뇌의 회복력
  • 요제프 피퍼 『여가: 문화의 기반』 – 고대 철학이 전하는 삶의 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