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즈와 주먹밥, 그리고 가난 속에서 피어난 생존의 지혜
1. ‘구복원수(口腹寃讐)’ — 배고픔이 빚어낸 역사적 표현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말 중에 ‘구복원수(口腹寃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본성이 나빠서 도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배가 고파서 남의 것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현실이 담겨 있죠. 즉 본래는 저항하고 싶지 않았지만, ‘입(口)’과 ‘배(腹)’가 너무 고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결국 남의 것을 취하게 된 상황을 뜻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말이 바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표현이죠. ‘목구멍’과 ‘포도청’이 연결된 건, 살기 위해서라면 포도청에 잡혀간다 해도 도둑질이라도 해야 할 지경의 상태를 말하는데요. 실제로 아주 가난하던 시절, 굶주림이 심해서 건강이 망가지거나, 몸에 좋지 않은 걸 먹고 탈이 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해야 했던 현실을 반영한 표현입니다.
2. 적목리 신앙공동체, 초근목피의 삶
몇 해 전, 한 교수님과 함께 경기도 가평군 적목리에 있는 ‘신앙공동체 유적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깊은 산중의 오지였지요. 일제의 탄압을 피해, 자유로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숨어 지내던 이들이 남긴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오로지 초근목피, 즉 ‘풀뿌리와 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며 연명했습니다. 교수님께서 “‘×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표현 아세요?”라고 물으셨을 때 떠올린 이미지와는 달리, 숨겨진 의미는 훨씬 고통스럽고 절실했습니다.
실제 당시 상황은, 잎사귀나 껍질 같은 것만 먹다 보니 소화도 잘 되지 않아 변비에 시달리기 일쑤였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올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는 겁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런 끔찍한 경험이 바로 ‘구멍이 찢어질 만큼 가난하다’라는 표현의 유래가 되었다니, 한 마디로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3. 백범 김구 선생과 쫑즈 — 피신 중의 생존식
백범 김구 선생은 항일 운동의 지도자로서, 수차례 일제의 추격을 피해 숨어 다녀야 했습니다. 그때 그가 자주 먹던 것이 바로 쫑즈(粽子)였죠.
쫑즈는 찹쌀을 대나무 잎에 싸서 실로 묶고 찐 음식인데, 크기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먹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사료에는 그가 땅콩, 밤, 대추, 팥 등을 속으로 넣은 쫑즈를 끼니 대용으로 자주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백범일지』에는,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석이 어려웠기 때문에 어머니가 중국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버린 배추 잎을 주워다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고. 곽낙원 여사께서 쓰레기통 속 버려진 배춧잎을 모아 우거지김치나 김치찜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이야기에서, 얼마나 가난하고 험난한 환경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4. 한국 전쟁, ‘주먹밥’이 만든 전선의 희망
6·25 전쟁 당시, 식량이 부족한 전장 환경에서 가장 흔히 만들어 먹었던 것이 바로 주먹밥이었습니다. 특히 다부동 전투(경북 칠곡군)는 대구로 향하려던 북한군을 막아 낸 대표적인 전투로, 이 전투에서 주먹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쟁 중, 후방의 여성들과 여학생들이 김과 밥, 단무지, 소금을 이용해 주먹밥을 만들면, ‘민간인 지게부대’—주로 중장년 남성들—가 이를 지게에 담아 전방으로 운반했습니다. 비록 열악한 방식이었지만, 그 주먹밥이 승리에까지 큰 영향을 줬다는 거죠.
당시 국군은 밤새 고지 쟁탈전을 펼쳤는데, 저녁엔 한 사람당 주먹밥 하나씩 지급됐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6~7개씩 받을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 전투 지속력과 사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기록이 『한국 전쟁사』에 전해집니다 (국방부 국사편찬위원회) — 얼마나 배고픔이 승리에 영향을 주었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5. 이제는 가려 먹을 때 — 건강한 음식 선택의 중요성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를 지나 더 이상 극심한 기아나 전쟁 위협 속에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고 있죠. 하지만 그만큼 무차별적인 음식 선택의 위험이 커졌습니다.
우리 식탁에는 각종 식품첨가물, 잔류 농약, 혹은 해로운 색소가 포함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너무 많습니다. 맛도 좋고 눈에도 좋지만, 오래 가는 건강에는 분명히 좋지 않은 기름에 튀긴 음식도 높아지는 추세죠.
이제는 단순히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자’는 차원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우리 몸에 정말 좋은 식재료를 선별해야 할 때입니다. 무지해서 균형 없는 식사를 하거나 무조건 많이 먹고, 간식이나 즉석식품, 편식 등의 식습관으로 체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너희 몸은 하나님의 성전이다…”라는 구절로, 우리 몸을 정결하고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죠 (고린도전서 3장 16–17절 참고).
건강은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결정합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선물이지만, 건강할 때 그 선물은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게 합니다.
6. ‘이젠 가려 먹자’ — 건강에 대한 다짐
새해가 되면 우리는 각자의 소망을 세웁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 소망으로 꼽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른 의미의 편식’—즉, 가려 먹는 식사—를 실천할 적기입니다.
- 첨가물과 색소를 피하고,
- 농약이나 화학물질이 적은 식재료를 선택하며,
-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대신,
- 제철 음식과 건강한 조리법에 집중하는 식탁을 만들어나가는 것.
이는 단지 몸이 원하는 것만을 골라 먹자는 게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식단을 꾸미자는 다짐입니다.
맺음말
‘쫑즈’와 ‘주먹밥’이라는 역사적 음식은, 그저 한 끼 식사를 넘어서 절박함과 생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가난이 빚어낸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식사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강한 식습관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채우기 위한 먹기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똑똑하게 가려 먹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새해, 그리고 매일의 식탁 위에서 “이제는 가려 먹자”는 당신의 다짐이, 오늘 하루를 더 건강하게, 그리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몸도 마음도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채워나가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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